미래로 보는 세상

김정은의 기차여행

작성자
세계미래포럼
작성일
2019-03-25 14:09
조회
580
글쓴이 : 이영탁


김정은의 기차여행



이영탁 세계미래포럼 이사장


김정은 위원장이 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기차 편으로 하노이를 다녀왔다. 평양에서 하노이까지 무려 4,500km나 되는 거리를 4~5시간이면 갈 수 있는 비행기 대신 60시간이나 걸리는 기차를 이용하였다. 이런 기상천외의 일이 벌어졌는데도 이를 보는 시각은 별로 이상할 게 없다는 식인 것 같다. 대부분의 매스컴이 왜 그랬을까 하는 의문은 제기하지만 거기에 대한 답을 보면 그 내용이 너무도 안일하고 평범한 것 같아 몇 마디 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그런 행동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물론 우리 대통령이야 그렇게 할 리 만무하지만 만일 그랬다면 난리가 났을 게 아닌가. 그렇게도 한가하냐, 산적한 현안문제를 두고 이게 무슨 짓이냐, 언제 적 행동을 하느냐 등등. 실제로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현존 지도자가 이 세상에 김정은 말고 또 있을까.

언론 보도를 보면 대게 비슷한 내용으로 보도하고 있다. 열차대장정을 통해 중국과의 혈맹관계를 과시함으로써 미국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려 한다거나, 오다가다 중국 남부의 개혁개방 거점을 시찰하기 위한 의도가 들어있다고 한다. 장기간 자리를 비워도 될 정도로 내부 단속이 돼 있다는 자신감과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과시하기 위해서 라고 하는가 하면 어떤 경우는 김일성, 김정일을 잇는 역사적 연속성을 강조하는 포석이라고도 한다.

여러 가지 궁색한 이유를 찾으면서 어디에도 시대착오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하는 경우는 눈에 띄지 않는다. 이렇게 엉뚱한 행동을 하는 지도자가 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왜 그럴까. 하기야 북한은 특이한 국가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되어 있고 저개발 상태이다. 3대 세습의 독재 국가이면서 최고 지도자는 아직 약관 30대의 청년이다. 이처럼 특이한 나라는 무슨 짓을 해도 특이하지 않다는 얘기인가. 이상한 나라를 보는 우리 세간의 시각도 이상해졌다고나 할까.

어디로 보나 북한의 입장에서 미국과의 1대1 협상이 무리인 것은 사실이다. 양국 간 문화의 차이도 크지만 국력의 차이를 비교하면 대등한 협상이 가능하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중국이 주변 국가에 대하는 것을 보라. 서로 견해가 다른 작은 나라의 정상들과 머리를 맞대고 앉아 몇 차례나 협상을 벌이는 것을 보았는가. 북한도 이런 사정을 잘 알지만 결국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가끔씩 변칙 동원의 유혹을 느낄 것이다. 미국도 역지사지(易地思之)하여 북한 입장에서 북한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이들의 엉뚱한 반응에 대해 좀 더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지 않고는 현실적으로 양국 간 대화나 협상이 잘 진전되지 않을 테니까.

외부에서 북한을 보고 해석하는 시각도 문제이지만 북한 지도부의 고루한 사고방식은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친 것 같다. 누가 보아도 비웃을 수밖에 없는 짓을 공공연히 자행하는 걸 보면 한심하게 느껴지다가도 부아가 치미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어린 여동생을 비서처럼 데리고 다니면서 담배 공초까지 받아내도록 하는 건 뭔가. 지금 세상에 쌀밥, 고깃국, 비단옷 타령을 하는 건 언제 적 하던 얘기를 지금까지 되풀이하고 있는가.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이번에 김정은이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전용기가 있긴 하지만 오래된 기종이어서 이걸 타고 하노이까지 가는 게 무리인 것은 다 아는 일이다. 따라서 이런 사정을 솔직히 말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스스로의 약점을 드러내기가 싫을 수는 있지만 남들이 다 아는데 이를 감추려고 하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럽다. 낡은 전용기로 하노이까지 왕복하는 건 문제가 있어 부득이 비행기를 임차해야겠다고 발표한다. 그러면서 북한 경제를 잘 가꾸어 장차 새 비행기를 구입할 형편이 되어도 전용기는 마련하지 않겠다고 한다. 왜냐하면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긴 하지만 각국의 전용기 연간 사용일수를 조사해보니 참으로 낭비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연간 몇 차례 사용이 고작인데 이를 위해 비싼 돈을 들여 구입하는 건 전혀 경제적이지 않다. 거기에다 비행기 한 대의 유지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런 비용을 절약해서 경제개발이나 국민복지에 보태 쓰겠다. 이것이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요즘은 소유의 시대가 아니라 공유와 이용의 시대이기 때문에 필요할 때 렌트해 사용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편리할 뿐 아니라 비용도 훨씬 저렴하다.

만일 이런 식으로 했더라면 세간의 반응이 어땠을까. 그동안 김정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상당 부분 쇄신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을 것 아닌가. 젊은 지도자답다는 반응도 있었을 거고 멋있다는 반응까지 예상하는 건 지나친 기대일까. 김정은 본인에 대한 이미지는 물론 북한 자체에 대한 이미지도 많이 좋아졌을 것이다. 거기에다 누가 아는가. 김정은이 그렇게까지 생각하는 지도자라면 비행기를 거저 빌려주겠다고 나서는 항공사가 있을지. 왜냐하면 그렇게 할 경우 김정은의 나들이 자체가 더 부각되면서 그가 타고 오가는 비행기도 당연히 크게 홍보가 될 거니까.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이벤트가 되지 않았을까. 이런 절호의 기회를 이번에 김정은이 날려 보냈다고 생각하는 건 가끔씩 엉뚱한 상상을 펼치기 좋아하는 필자만의 생각일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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